연예기획사 소속 프로듀서(PD)가 소속 가수였던 환희(본명 황윤석)에게 사기를 쳐 5800만원 상당의 금액을 갈취한 사실이 법원 판결로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이 PD는 사기를 치기 위해 법원 공무원까지 속이는 대담한 범행 행각을 저질렀습니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이선말 판사는 지난 12일 사기 혐의를 받는 연예기획사 PD 박모(41)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박씨에게 사회봉사 160시간도 함께 명령했습니다. 환희는 지난 2013년 10월 기획사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던 박씨에게 채무 2800만원, 2억4100만원, 4500만원을 각 부담하고 있다는 취지의 공정증서 3부를 작성했습니다. 이후 환희의 소속사는 2014년 3월부터 2016년 4월까지 기획사를 퇴사한 박씨에게 수 차례에 걸쳐 채무액을 변제했습니다.
이에 따라 환희와 박씨는 “모든 채권·채무관계가 소멸됐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했습니다. 모든 채무가 변제된 상황이었지만, 박씨는 자신이 공증증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사기를 쳤습니다. 공증은 법률인 등 공증인이 사권에 관한 사실에 대해 작성하는 증거력을 보유한 문서입니다. 공증은 법적 다툼을 예방하고 권리행사를 쉽게 하기 위해 만들어지며, 강제집행에서 집행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박씨는 지난해 1월 공증을 근거로 8억533만원에 달하는 채권압류·추심명령을 신청했습니다.
당시 수원지방법원은 이를 인용해 지난해 2월 7일부터 세 차례 추심을 진행해 환희 명의의 계좌에서 약 5800여만원을 출금했습니다. 박씨가 가지고 온 공증증서를 그대로 믿은 것입니다. 박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추가로 강제집행을 신청했습니다. 박씨는 환희에 대한 추심이 결정된 바로 다음달인 지난해 2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대한 채권 등 채무금 7억5446만원 상당의 채권압류·추심명령을 신청했습니다.
수원지법은 앞선 결정과 마찬가지로 추심을 인용했지만, 환희 측이 강제집행 정지와 청구이의소송을 제기하며 강제집행이 무산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은 벌금형을 초과해 처벌받은 전력은 없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4253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검찰은 박씨에 대한 재판부의 집행유예 선고에 반발해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희 소속사 관계자는 “사기 수법과 의도를 봤을 때 죄질이 매우 나쁜 사항인데 집행유예가 나와 환희씨도 억울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씨와 검찰 양측 모두 1심 판결에 항소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